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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건..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예전에 쓰던 블로그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라는 정말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사용했던 이메일도 사이트 이름도..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죠.  

한 이틀은 그래도 계속 찾아보려고 노력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제가 쓸법한 아이디로 다 찾아보아도 나오지가 않아서

결국 포기를 하고 나이 오십에 다시 새로운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정말 당황스럽게도 오늘 우연히 예전의 그 블로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만나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검색하다가...  이런 안타까운 일이...

아주 오래전 나의 생각들과 일상이 후드득하고 쏟아졌습니다. 

이런 블로그가 좋은 건 내 인생의 기록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

글을 쓰던 그즈음에 듣던 음악, 즐겨보던 방송, 하던 일상...  과감하게 사진까지 올려놓고 있어서 더욱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사진을 보니 지금의 내가 많이 늙었다는 것도 실감하게 되고...

그래도 반갑구나, 과거의 나 자신.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했던 한시 문구를 찾아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고등학교 은사님이 들려주셨던 한 시였고, 그 이후 그 문구가 너무 좋아서 다이어리마다 옮겨 적었더랬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일정 메모에만 바빠서 잊었던 모양입니다.  

'아... 내가 참.. 정신없이 살았구나...'  

어찌 그 모든 것이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인지.....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동천년로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며 항상 거문고의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 춥게 살더라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柳經百別又新枝

(월도천휴여본질 유경백별우신지)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은 변함없고

버들가지는 백번 꺾여도 가지를 새로 낸다

 

조선 중기 문신 신흠의 문집 '야언'에 나왔다고 하지만 실제 그분의 글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들은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그 대목이 어린 나이에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타협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겠다는 나름의 내 인생 모토와 닮아 있어서...

세월은 가고...   또 가고.. 그렇게 흘러가네요.

아쉽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요 몇 달 스스로에게 주는 안식년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도 

소비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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