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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카고 2020

 미국으로 이민을 온지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처음 미국으로 온 것은 1993년 결혼을 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낳고 5년 정도 플로리다에서 살다가,

남편의 해외 근무로 미국을 떠났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건 2005년, 

남편을 암으로 먼저 보내고 정말 아이의 교육 하나만을 위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렇게 

친정엄마와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시카고.

코로나가 시작되던  지난 봄 시점에

시카고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아이와 살림을 합치게 되었습니다.

 

겨우 세 명뿐인 가족이 떨어져 산다는 것은 아닌거 같다고 아이가 주장해서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미국 아이로 컸는데도 함께 살겠다 해주는  아이가 고마웠습니다.

대게는 대학을 가면 그렇게 독립을 해서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 이 나라 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니까요.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정말 안한거 없이 열심히 일만 하면서 

지난 10년을 보낸거 같습니다.  

 

 

시카고 클라우드
네이비 피어

아이는 다행히 좋은 직장을 잡았고,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도 가능한 회사여서 

우리는 일단 행복합니다. 

작고 소소한 행복에 우리는 많이 깔깔거리며 지냅니다.

걱정거리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솔직히 하던 일도 접어서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인데도 웃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겠다는 마음은 솔직히 아닌데 ,  

그럴만한 용기있는 튼튼한 간을 가진것도 아닌데..  

그래도 지금의 행복을 지나치지 않고 작은 콩알만큼의 행복까지 다 진하게 느껴보려고 합니다.

 

도시생활은 처음입니다. 

그렇다고 플로리다가 시골이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런 시내에서 살게 될줄은 몰랐네요.

모든것이 어색하고 낯설지요.  이런 고층 아파트에서 살게 되다니...

빨래 같은 건 좀 불편합니다.

하지만 산책하듯 걸어가는 장보기는 좀 재밌는것도 같기도하고...  

그래도 본격장은 늘 나일즈에 있는 H mart 에서 보지만.....

 

나이 먹는 느낌이 듭니다.

그져 주어진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희망조차 꿈 꾸지 않으면서 열심히 살아온게 전부인데

 이제는  혼자 늙어가는 나를 준비해야할거 같다고 결심합니다.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섭지 않고 , 두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요?

삶은 언제나 무서웠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담담히 나 자신을 정리하면서 나의 노년을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행복하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시카고는 아름답습니다.

계절이 불분명하던 플로리다보다는 한국의 향수가 좀 묻어나서 더 좋은거 같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라는데 이 겨울을 이겨내며 새로운 나 자신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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